Search
Duplicate

〈기담; 가늘게 굽은 이야기〉

2020.11.01 (일) - 21.01.16 (토)

신진말발전협의체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 〈기담; 가늘게 굽은 이야기〉

인천 서구 가좌동 장고개로 일대는 혁명(동학농민운동)의 기운을 품었던 머나먼 과거의 터에서 빠른 미래가 될 장소들까지 혼재된 시간과 장소성을 갖고 있다. 그 시간과 장소를 거쳐가는 수많은 삶들은 고작 한 세기 만에 아득한 과거가 되고 아무도 쓰지 않는 역사가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현재를 만들어낼까? 〈기담; 가늘게 굽은 이야기〉는 ‘이야기’가 현재를 구해낼 것이라고 가정한다. 《당신을 위한 거리》는 벽의 틈새와 길의 모퉁이에, 커다란 나무 위에 걸려있는 사진과 그림들로 어제의 거리를 낯설게 만들 것이며, 《클럽 골든 플라워》는 12개 로봇들의 무용한 움직임들과 90년대 클럽을 연상케 하는 사운드를 공간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장면합성기: 아우어우오으》는 시각적 행위로써, 시도이자 실험으로써, 열망하는 것으로써의 ‘보기’에 대한 장면들이 공연 안에서 드러난다. 《코스모스 코러스》는 지역의 주민들로 구성된 합창단으로 ‘쌓아 만드는 소리’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실험하며, 동네 초입에 세워질 파빌리온 《삼각정 Dreieck》은 이내 조각으로 흩어져 동네 곳곳에서 가구로 기능하게 된다.
약 석 달 동안 가좌동 일대에서 벌어지는 예술 프로젝트는 휘파람처럼 선명하면서도 바로 흩어지는 이야기, 어쩌면 텅 빈듯한, 어쩌면 농담일 수 있는,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는 기이한 이야기의 풍경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어제 내가 봤던 장면을 내일의 아무개와 함께 보는 일, 내일의 아무개가 듣게 될 정체불명의 소리를 오늘의 나와 함께 듣는 일은 이내 아무도 쓰려하지 않는 역사가 될 테지만 현재를 살아내는 삶의점들을 가늘고 굽은 선으로 이어낼 수 있을 거라 상상해본다.
〈기담; 가늘게 굽은 이야기〉는 가좌동의 주민과 스쳐 지나가는 행인들, 이 동네의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를 나눠갖는 현재의 시간’으로 초대합니다.
기획•총괄|다단조(김다은, 여혜진)
프로젝트 어시스턴트|최은지, 박지수
그래픽 디자인|보이어
웹페이지 디자인|박소연
사진기록|황예지
영상기록|(주)빅픽쳐 프로덕션
협력|CoSMo40
홈페이지|www.projectghidam.com
인스타그램|@project.ghidam

[세부 프로그램]

1. 당신을 위한 거리
큰 길인 장고개로의 한 버스정류장에 내려 작은 길인 장고개로 243번길로 진입하는 거리로 향해 걸어보자. 순간의 풀림과 긴장이 느껴지는 미세한 근육들, 정직한 체조 자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위를 조금 더 살펴보면, 어느 구석에는 검은 복면을 두른 요정같은 생명체들이 서로에 의지하며 함께 무언가를 열심히 실어 나른다. 또 다른 길에서는 이웃, 친구, 지인의 모습을 한 사람들이 어딘가를 응시하거나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우리가 흔히 보는 현수막이나 배너의 형태로 걸려있거나 놓여 있다. 또 주차금지 표지판은 의자나 간이 탁자의 모습으로 새롭게 기능한다. 이 일상의 거리에 어느새 스며들어온 그림 속 인물들이 잠시간 당신의 거리에 머무르며 당신을 마주할 것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의 이 거리를 지나가는 당신에게 낯선 내일, 다른 몸짓, 기이한 이야기를 살짝 건네줄 것이다.
참여작가­|김정아, 이우성, 전명은, 제로랩(김동훈, 장태훈)
작품설치|무진동사(김태형, 손정민)
일정­|2020.11.17 (월) - 2021.2.28 (일)
장소|인천 서구 가좌동 장고개로 243번길 일대
2. 장면합성기 : 아우어우오으
《장면합성기: 아우어우오으》의 알 수 없는 모음의 조합은 먼 과거 누군가의 울부짖음일 수도, 현재의 소란스러운 기계음, 또는 이 두 세계를 잇는 교신 중에 발생하는 굉음일지도 모른다. 이 제목은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악어때 EP’에 수록되어 있는 「아우어우어으아」라는 곡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저 아무 의미 없는 제목을 반복하는 이 노래는 듣는이나 부르는 이 모두 각기 다른 이미지를 투영하며 저마다의 가사를 떠올리게 한다.
2020년 10월, ‘신촌극장’에서 상연한 〈장면합성기 Scenethesizer〉에서 다비드 까르도나, 여다함, 조문기는 사전에 뚜렷한 약속 없이 각자의 머리를 스친 충동적인 장면을 빈 무대 위에 조금씩 그려나갔고 셋이 만들어낸 장면을 살짝 겹치게 두거나 서로 맞대어도 보고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기도 했다. 각자의 의도나 눈 앞의 이미지가 묘사하는 대상, 전달하는 의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무대 위에 상황이 펼쳐지고 장면들이 서로 이어지는 가운데 결국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쩌면 이들이 그린 것은 그저 빈 화면일지도 모르겠다. 그 위에 현현하는 장면을 그려내는 것은 아티스트를 포함한 관람자 모두이다. 《장면합성기: 아우어우오으》는 관객들 각자가 그려낼 장면을 기다리며 적극적으로 빈 화면을 만들어내는 공연이 될 것이다.
참여작가|최윤석(기획) / 여다함, 조문기, 다비드 까르도나(구성, 연출, 출연)
일정|2020.12.11(금) 19:30 (1회차) 2020.12.12(토) 17:00 (2회차) 2020.12.12(토) 19:30 (3회차)
장소|CoSMo40 1층 메인홀
3. 클럽 골든 플라워
《클럽 골든 플라워》의 로봇들은 취객으로 등장하고, 벽을 마주하고 108배를 하며, 시위하고 구걸하다가 문득 군무를 춘다. 이 로봇들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전도유망한 미래의 로봇이 아니라 슬픔, 쓸쓸함, 소외감, 사랑, 두려움, 환희 등과 같은 ‘정서’를 불러 일으킨다. 때문에 수공업적 방식으로 만들어낸 12개의 로봇들은 ‘기계’들의 ‘작동’이라기보다 특정한 시간을 ‘체화’하고 있는 ‘행위’로 느껴지며 작가의 노랫말처럼 ‘싸구려 인조인간’*들의 무용한 움직임들에서 인간계의 작동방식, 이 세계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한다.
《클럽 골든 플라워》는 로봇들의 움직임에 더해 빛과 그림자, 소리의 증폭 등으로 비롯된 총체적 형태의 인스톨레이션이자 무대로 로봇들로부터 만들어진 원초적인 정서들을 공간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 ‘싸구려 인조인간’은 1999년 발매된 원더버드의 앨범 「The Story of a Lazy Bird」에 수록된 〈악어새〉의 가사 중 일부이다.
참여작가|권병준 / 백주홍 이지원(크리에이티브 팀)
일정|2020.12.23 (수) - 2021.01.16 (토)
장소|CoSMo40 1층 메인홀
전시 오퍼레이터|박소연 박지수 이슬기 전시 스탭|박윤정 안영재 이지은
4. 코스모스 코러스
《코스모스 코러스》는 지역민을 중심으로 구성된 합창단으로 합창이 갖고 있는 음악적 요소와 안무적 실험을 해보는 합창 프로젝트이다. 소리를 쌓아 화음(또는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는 일은 합창단 구성원들 사이의 공통의 감각을 갖게 한다. 또, ‘쌓아 만드는 소리’는 부르는 사람뿐 아니라 듣는 사람(관객)에게도 보이지 않는 모종의 연대감을 만들어준다.
《코스모스 코러스》는 소리들이 부딪히고 섞일 때 어떤 소리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소리를 내는 몸들이 소리와 공간의 관계성 안에서 어떤 신체성을 갖게 되는지, 무대와 객석이 교차하며 소리를 내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어떤 화학작용들이 발생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 중심의 프로젝트이다. 완성된 무대를 상상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운드와 목소리, 안무가 만들어낼 새로운 형식의 합창을 그려가는 파일럿 합창단이 될 것이다.
참여작가|김승록(안무) / 이민휘(음악)
일정|2020.12.23 (수) - 2021.01.16 (토)
장소|인천 서구 가좌동 일대
합창단원|김나무 김세욱 김송요 박소연 박윤정 오재엽 이슬기 최은지
의상제작|안데스
5. 삼각정
《삼각정 Dreieck》는 건축에서 가구로 변태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젝트이다. 건축은 장소성, 공간성을 가지는 반면 가구는 이동성, 기능성을 갖는다. 파빌리온 형태로 시작하는 《삼각정 Dreieck》는 장소의 도시적 맥락으로부터 형태, 방향, 크기가 규정된다. 통상 파빌리온은 임시 건축물의 특성을 가지게 되지만 《삼각정 Dreieck》는 일정 시간 동안 건축물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그 후로는 Urban furniture로서 재정의되는 지속가능성을 가진다. 파빌리온을 구성하는 각각의 부분들은 벤치, 키오스크, 테이블 또는 조명 등으로 변용되어 신진말 일대로 흩어진다. 특정한 도시적, 건축적 맥락 속에서 이 조각들은 가구로 기능하며 동시에 기존의 파빌리온을 연상케 하는 장치가 된다. 이 건축물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변화해가는 기억이 될 것이다.
참여작가|Die Klefo(임권웅, 김현정)
일정|2020.12.30 (수) - 2021.02.28 (일)
장소|가재울사거리 버스정류장(42-042) 앞 유휴부지(2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