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6(토) - 11.21(일)
지역의 예술인들과 영감을 나누는 CoSMo40 Community Month, 올해에는 다가오는 11월 6일부터 진행됩니다. 이번 2021 CoSMo40 Community Month에서는 사운드·미디어 아티스트 류필립, 키네틱 아티스트 박종영과 축제, 음악, 전시 등 다방면으로 기획을 펼치는 원더러스트에이앤씨가 각각의 개인전을 선보입니다. 각자 다른 언어로 다채로운 예술을 보여줄 이번 커뮤니티 먼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류필립 <공감각적 파도 중첩 Synesthetic Ocean Wave Superposition>
류필립의 개인전 <공감각적 파도 중첩>은 인류에게 있어 사운드의 시작이자 동시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파도 소리에 대한 경외를 담고 있다. 또한 파도의 개념적, 시간적, 그리고 공간적 확장을 다룬다. ‘중첩 패턴 감상’과 ‘기계의 대리 상상’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제안하며, 이를 이용한 다양한 시청각 패턴을 보여준다. 각 스피커에서는 스피커마다 대응되는 실제 바다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불려온 파도들은 한 곳에 모임으로써 중첩되며, 서로의 소리를 교차 변형시키기도 하고, 따로 놓여있을 때에는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패턴을 선사한다. 나아가 전시장의 컴퓨터는 마치 인간이 파도 소리를 듣고 파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과 같은 연상 과정을 대신 수행하고 보여준다. 전방위 오디오 정보로부터 파도의 모습을 생성해내는, 그야말로 ‘대리 상상’인 것이다.
파도 소리는 많은 이명(nicknames)을 가지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원천’ 또는 ‘날것’을 상징한다. 미래주의자 루이지 루솔로의 사운드 분류법에 따르면 파도 소리는 정적(silence)의 시대에 간간히 울렸던 태초의 소리이다. 이는 그가 가장 진보된 미래의 사운드 중 하나라고 묘사하는 ‘무한한 가능성의 노이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파도 소리는 인류에게 있어 사운드의 시작인 동시에 끝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현재 인류가 청각 예술에 사용하는 모든 소리들은 수학적으로는 노이즈의 정제라고 볼 수 있는데, 태초부터 존재했던 대표적인 노이즈는 파도 소리이기 때문이다. 모든 육상 생물이 바다로부터 기인했다는 가설을 더한다면 파도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인류의 모든 것을 동시에 듣는 것이 아닐까?
박종영 <프리즘 프로젝트 : PRISM Project>
2013년 전직 NSA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가디언과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미국의 국가안보국(NSA)과 영국의 GCHQ 등의 정보 기관들이 전 세계 일반인들의 통화기록과 인터넷 사용정보 등의 개인정보를 '프리즘(PRISM)'이라는 비밀 정보 수집 프로그램을 통하여 무차별적으로 수집, 사찰해온 사실을 폭로하였다. 여기서 개인 정보 수집 계획인 프리즘 프로젝트(PRISM PROJECT)는 9.11 테러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위험인물을 포함한 불순분자들의 존재를 확인한 미국 정부가 새로운 정보 수집과 검열이 필요하다고 여겨 시행한 대국민 감시 프로그램이다.
본 전시는 '프리즘 프로젝트'라는 전시 제목처럼 관람객의 행동이나 음성과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작품들을 통하여 타인의 행위를 감시, 관찰함과 동시에 관람객 자신 역시 타인에게 감시 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든다. CCTV, 블랙박스, 신용카드, 스마트폰, QR코드 등에 둘러싸인 채 개인의 기호와 관심사, 이동 경로는 물론 정치 성향이나 소비 성향 등과 같은 다양한 개인 정보들이 빅데이터로 수집되고 분석 당하는 ‘슈퍼 파놉티콘’시대의 감시와 통제의 지배구조, 권력과 사회 구조의 메커니즘에 대해 이야기 한다.
원더러스트에이앤씨 <Don't open the vinyl : 비닐을 뜯지 마시오>
커버 아트는 뮤지션의 음악을 전달하는 초대장이자 또 다른 예술의 재해석이다. 음악의 시각화라 볼 수 있는 이 작업은 그것만으로도 예술성을 평가받아 마땅하나, 상업성이 강조되는 시장의 영향에 따라 음악이 사장되면 덩달아 빛을 잃는 안타까운 영역이기도 하다.
우리는 한국의 음악 시장이 가장 자유롭고 다양했으며 전환기였던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뮤지션을 나열해보았다. 역사, 장르, 지역의 다양성을 두고 기록에 의미가 있거나 혹은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여섯 뮤지션을 골랐고 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동시에 여섯 명의 작가가 이들의 앨범을 듣고 커버 아트를 작업했다.
우리는 앨범의 커버 아트를 살피며 음악을 가늠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음악은 재생된 것이라 여기며, 뮤지션과 음악 그리고 커버 아트를 기록하고 재해석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눈으로 경험하는 음악’에 주목하고자 한다. 본 전시는 저작권의 인정조차 불분명한 커버 아트가 예술 작품으로 인지되고 음악의 시각화에 있어 보다 다양한 시도가 나오길 바람이며, 첫 번째 기록을 남긴 여섯 뮤지션의 음악이 커버 아트를 매개로 다시 되새겨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 뮤지션 6인의 인터뷰는 전시장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현장에서 신청하신 분에 한해 발간될 출판물을 우편으로 보내드립니다.